브리콜라주란 말이 있다. 프랑스어다.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걸 영어로는 멀티-테스킹이라고 한다.
가령, 밥을 먹으며 스마트폰을 한다거나, 티비를 보며 운동을 하는 경우다.
한가지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하게 처리하는 인간 군상의 현대적 재해석이다.
실제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나도 회의 시간에 딴 짓을 많이 한다.
그렇다고 회의 내용을 허투루 듣는 것도 아니고, 할 말을 안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한 가지 일만 하기에는 뭔가 찝질하고 억울하다.
글쓰기도 여러 편의 글을 동시에 작업할 수 있다. 엄밀하게 글쓰기라기 보단 책 쓰기에서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나는 다산주의자이므로 여러 책을 동시에 작업한다. 그래야 직성에 풀린다.
이렇게 여럿을 동시에 하면 혼란스럽고, 제대로 끝맺음 하는 게 없다는 단점이 있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 않은 장점도 있다.
양을 측정해보지는 않았지만 상호간의 간섭현상이 나타난다. 즉, 이 글이 저 글에 영향을 미치고 저 글이 또 이 글에 영향을 미친다. 상호 연관성을 가지게 된다는 말이다.
음악에서는 다른 코드가 부딪칠 때 거의 카타르시스가 느껴질 정도의 환상적 음악상태가 되는데 이를 맥놀이 현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가령 조가 바뀐다던가 N.C.라고 부르는 논코드가 들어와 짜릿하게 만드는 상태다. 이건 자주 있으면 오히려 불편하지만 가끔 한 번씩 나오면 음악을 아름답고 황홀하게 한다.
레베카 코스타는 그의 저서 <지금, 경계선에서>에서 이 상태를 '뇌의 네트워크 강화를 통한 통찰'이라고 이야기한다. 뇌가 입체적으로 계층화되면서 상호 간섭현상을 일으켜 서로를 밀어주고 끌어주는 상태다. 이럴 때 통찰력이 생기고 사물을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생긴다. 따라서 어느 정도의 중복성을 염두해 둔 작업은 글쓰기의 좋은 구실이자 모양이다.
- 책쓰기가 만만해지는 과학자 책쓰기(김욱 저) 中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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