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자기 전문분야 빼고는 전혀 모른다고 생각하자. 이 말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거의 백지상태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내 이야기를 하려 할 때는 남이 모른다는 전제 하에 이야기해야 한다.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내 분야 외에는 어설프게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그래서 전문서적을 쓰지 않을 바에야 아주 쉽게 쓰는 게 정답이다. 중학생도 읽고 이해할 수 있게 써야 한다. 간혹 책을 출간하고 독자의 반응이 없으면 책의 깊이가 부족했나하고 생각하며 더 어렵게 쓰는 사람이 있다. 이런 책은 필패다. 독자로부터 더 강력하게 외면당한다.
쉽게 쓰기가 어렵게 쓰기보다 더 어렵다. 쉽게 쓰려면 장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정 주제에 대해 완벽하게 장악을 하면 핵심을 집어서 아주 쉽게 쓸 수 있다. 하지만 장악이 안 되면 본질을 꿰뚫어보는 시각이 생기지를 않는다. 그래서 어렵게 쓸 수밖에 없다. 어렵게 쓰려고 어렵게 쓰는 게 아니다. 몰라서 못 쓰는 거다. 간혹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어보면 이 사람이 이 주제에 대해 알고 이야기하는 지 모르고 이야기하는 지 대번에 알 수 있다. 말도 마찬가지거니와 얼굴에서도 표시가 난다. 하물며 글이야 오죽하겠는가? 정확히 이해하지 않으면 쉬운 글을 쓰기가 무척이나 힘들다. 특히 요약하는 능력은 이해도와 비례한다.
나는 글을 쉽게 쓰기 위해 여러 방법을 사용한다. 그 중 가장 핵심은 문어체를 쓰지 않고 구어체를 쓴다는 거다. 내 눈 앞에 있는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글을 쓴다. 그래서 내 글은 아주 쉽다. 쉽게 쓰려고 의식하기 때문에 어려운 문장은 퇴고 시 모두 쉽게 바꾼다. 하지만 쉽다는 것 또한 상당히 주관적인 말이라 내 딴에는 아주 쉽게 썼다고 하지만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 어디 그런가? 그래서 평균치로 정해 놓은 게 중학생 수준이다. 딱 중학생이 이해할 만한 수준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기에 거기에 맞추려고 노력한다.
그럼 쉽게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는 단문쓰기다. 단문으로 쓰면 문장을 읽을 때 딱히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술술 읽힌다. 그대로 머릿속으로 들어가므로 쉽게쓰기의 첫째는 단문으로 짧게 쓰는 것이다.
둘째, 쉬운 단어 사용이다. 어려운 단어를 쓰면 읽다가 도중에 맥이 끊긴다. 어려운 단어를 꼭 써야겠다면 국어사전을 활용해 더 쉬운 단어가 있나 찾아보길 추천드린다. 이러면서 어휘력도 비약적으로 는다.
셋째, 예시 들기다. 특정한 주장을 한다면 그에 합당한 예시를 들어준다. 독자는 주장 자체에서 이해하지 못한 내용도 예시를 보며 ‘그래, 이말이었어!’를 외친다. 따라서 예시, 비유, 비교, 대조, 사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라. 그러면 쉬워진다.
넷째, 능동형 문장을 쓴다. 능동형은 수동형보다 이해하기 훨씬 수월하다. 가령 ‘지나친 운동은 몸을 망가뜨린다’라고 적기 보다는 ‘운동을 많이 하면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쓰는게 훨씬 이해하기 쉽다.
다섯째, 어려운 개념은 보충설명을 해준다. 간혹 주제 자체의 무거움으로 인해 쉽게 쓸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이럴 경우 일단 문장을 적고, 적은 문장에 대해 부연해서 설명을 한다. 이러면 한결 이해하기 쉬워지고 적어야 할 어려운 문장도 그대로 고수할 수 있다.
여섯째, 논리적 흐름이다. 글을 쓸 때 논리적 흐름을 지켜서 쓰면 독자가 읽을 때 부담감을 느끼지 않을 뿐 아니라 다음 내용을 자연스럽게 예상할 수 있어 보다 쉽게 읽힌다.
일곱째, 편집이다. 어려운 글일수록 한 쪽에 줄수를 최소화하고 문단 띄어쓰기를 함으로써 가독성을 높이는 것이 좋다. 소설책처럼 너무 빽빽하게 문단 구분도 없이 적어놓으면 가독성면에서도 좋지 않을 뿐 아니라 거부감부터 생겨 독자의 이해하고 노력하는 기제가 발동하지 않는다. 어려울수록 단순화 하는 것이 방법이다.
여덟째, 요약이다. 글을 마무리할 때 글의 내용을 서너줄 정도로 요약해주자. 그러면 독자가 언뜻 이해하기 힘들었던 내용들도 쉽게 이해가 간다. 나는 요약을 박스에 넣어 가독성 있게 하는 방식이 괜찮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도 정작 요약방식을 택한 적은 없다. 나 스스로 독서할 때 많은 도움을 받았으면서도 말이다.
위에서 적시한 것처럼 쉽게 쓰는 방법은 많다. 기술적인 방법은 위에서 적시한 8가지만 참고해도 충분하다. 단, 쉽게 쓰기 위한 정신적 측면도 분명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가령 욕심을 버리는 것, 내가 가진 것 이상으로 쓰려고 하지 않는 태도와 같은 것이다. 내 역량을 넘어선 글쓰기는 결국 무리수를 두게 되고, 독자로 하여금 글을 읽기 힘들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따라서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내 역량에 맞게 써야지 그 이상으로 쓰려고 했다가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나역시 숙성과 역량과 담 쌓은지는 오래지만 내 수준에 맞는 책을 꾸준히 출간하고 있다. 더 욕심을 부릴 수도 있지만 그건 내가 쓰는 과정을 통해 일신우일신하기 때문에 더 좋아지리라는 기대감이 항상 충만하다.
퇴고를 통해 어려운 글을 쉬운 글로 바꾸는 작업은 글쓰기 실력도 늘려준다. 나는 실제 초고를 쓸 때보다 퇴고 시 문장력 향상에 많은 도움을 받는다. 고쳐쓰다보면 고민을 하게 되고 가장 쉽고 적절한 문장을 구성하면서 희열을 느낀다.
얼마전 한 책에서 ‘속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단연코 깊이’라는 글을 읽고 한참을 생각했다. 나는 속도에서 깊이가 나온다고 믿고 살아온 사람이기 때문이다. 고민해서 쓴다면 누가 몰쓸 것인가? 라는 나름대로의 오만함도 있었다. 하지만 너무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서두르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생쌀이 재촉한다고 밥이 되지 않는 법이다. 뜸을 들여야 한다. 시간이 필요하다. 글쓰기도 써 놓고 일정시간 묵혀놓으면, 그리고 또 고치고 또 묵혀놓으면, 이 작업을 계속 반복하면 시간은 많이 걸리지만 좋은 문장이 나온다. 이렇게 쓰면 쉽게 쓸 수 있다.
- <책쓰기가 만만해지는 과학자 책쓰기> 中 (김욱 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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