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실마리

[책쓰기 강의] 출판사를 섭외하는 방법

김욱작가 2019. 9. 14. 20:09

출판사를 섭외하는 방법은 내가 꾸준히 해 온 방법 이외에는 다소 변칙적이다. 나는 첫 책의 초고를 쓰고 난 후 어느 출판사에서 내 책을 출간해야 하나 하는 문제에 맞딱뜨렸다. 내가 쓴 원고니 당연히 훌륭한 원고일 것이고 출판사에 보내기만 하면 바로 연락이 올 줄 알았다. 그 당시에는.


구글에서 출판사 리스트를 검색하여 몇 개의 파일을 찾았다. 그 파일은 출판사 편집자 리스트로 파일 제목도 출판사 투고메일 리스트였다. 그리고 별 생각없이 투고 메일을 보냈다. 메일 보낸 날은 잠자리에 들어서도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다. 내일이면 연락이 올까? 아니면 연락이 오지 않을까? 내가 제대로 투고를 하기는 한 것일까? 이런 궁금증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이 밝았다. 초고를 끝냈다는 기쁨과 내 인생에 처음 투고를 했다는 기분이 교차되어 내가 무슨 작가 데뷔 직전의 연습생 같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갔다. 속절없이.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났다. 기다리던 연락은 오지 않고 휴대폰만 들여다 보는 일상이 며칠 간 반복되었다. 한 오십 군데 메일을 보낸 걸로 기억하는데, 검토 후 연락을 주겠다는 메일 몇 통을 받은 것 외에는 특별한 반응이 없었다. 나는 좌절했다. 첫 책의 첫 투고는 그렇게 아쉽게 끝나고 말았다. 한참 지나서야 우리 회사의 출간방향과 맞지 않는다는 천편 일률적인 거절 메일이 간혹 들어왔다.


나는 원고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분명 내 원고를 받아 줄 출판사가 있을 거란 믿음에 방법을 바꿔 보기로 했다. 서점에 가서 무작정 책 한 권을 꺼내들고 책에 나온 출판사 이메일을 적었다. 이렇게 모은 이메일이 50개 정도 됐다. 이제 됐다는 안도감과 함께 다시 집으로 돌아와 투고를 했다. 그리고 시간이 며칠 지났을까, 한 출판사에서 메일이 왔다. ‘우리 출판사는 순수 문학을 위주로 하는 출판사로서.....’ 란 내용이었다. 그때 알았다. ‘출판사도 전문분야가 있구나.’ 지금 생각하면 웃을 일이지만 그 당시에는 그런 기본적인 사항 조차 알지 못했다. 얼마 후 또 메일이 왔다. ‘우리 출판사는 경영·경제분야 전문 출판사입니다. 선생님께서 투고하신 원고는 취급하지 않습니다’. 역시 분야가 다르다는 것이었다. 이 때 나는 깨달았다. 출판사도 내 원고와 같은 분야의 출판사에 보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서점에 갔다. 그리고 내 초고인 특허 및 기술사업화분야(쉽게 말해 과학분야)의 코너에 가서 다시 출판사 이메일을 모으기 시작했다. 서점의 이메일 양으로는 아무래도 부족하다고 생각하여 세종시에 위치한 국립세종도서관에 갔다(여기는 규모가 커서 왠간한 책은 다 있다). 거기서 이메일 수집작업을 또 했다. 이렇게 모은 이메일이 약 40개 정도였다. 그리고 다시 투고를 했다.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4군데에서 연락이 왔다. 그 중 가장 처음 연락온 곳과 계약을 했다. 계약을 우편으로 진행할 수도 있었지만 만나 뵙는 것이 도리인 것 같아 따로 시간을 내 서울에 올라가 계약서에 날인했다. 물론 그 전에 계약서에 대한 검토를 완료했다(나는 법대 출신에 계약서 검토 업무를 많이 해서 계약서 검토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지금 그 책은 에디슨처럼 생각하고 아마존처럼 팔아라란 제목으로 출간되어 절찬리에 판매 중이다.


출판사 대표님은 내 책이 어디가 마음에 들어서 연락을 주셨냐고 하니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처음 제목이 아닌 다른 제목으로 바뀌어 출간되었다). 출판사가 역사도 있고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과학분야에 탄탄한 실력을 가진 출판사였다. 계약조건도 초짜 치고는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당시 아무 내세울 것도 없었던 나를 골라 주신 출판사 대표님께 감사한다는 말을 이 자리를 빌어 전하고 싶다.

여기서 깨달은 교훈은 출판사를 섭외할 때 같은 분야의 출판사를 섭외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과학 분야의 책을 썼다면 과학 분야를 전문으로 출간하는 출판사를 섭외해야 한다. 부동산 분야의 책을 썼다면 역시 부동산 전문 출판사에 투고를 해야 한다. 이 기본원리도 모르고 투고를 했으니 시행착오를 겪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내 첫 책은 이렇게 출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