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실마리

투고가 거절된 경우 대처법 3가지

김욱작가 2020. 2. 24. 16:03

전체 투고 원고에서 계약으로 가는 원고 비율이 얼마나 될까? 내 짐작으로는 2% 미만일 듯 싶다. 그만큼 투고가 계약으로 가는 건 힘들다. 대부분의 초보 작가는 투고 후 반응이 없으면 작가가 되기를 포기하던지 아니면 자비출판의 세계로 눈을 돌린다. 간혹 원고를 수정하고 보완하여 재투고하기도 한다. 하지만 거절된 원고를 수정보완해서 다시 투고한다고 해도 계약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내가 아는 한 작가는 투고가 꾸준히 거절당하자 아예 1인 출판사를 차려 직접 책을 출간했다. 이건 아주 예외적인 경우다.


일부 출판사에서는 형편없는 원고를 단칼에 거절하기보다는 아주 원색적인 마케팅 도구로 활용한다. 가령 비용을 일부 부담하라고 하던지 일정 부수를 저자가 직접 사달라고 한다. 이렇게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건 양반이다. 마케팅 계획을 알려달라고 넌지시 물어보기도 한다. 그래서 순진하게도 이런 저런 마케팅 계획을 적어서 보냈더니 이거 말고 더 구체적이고 확실한 계획을 알려달라고 한다. 결국 모두 자비출판과 다를 바 없다. 이런 계약을 하면 책에 신경을 거의 쓰지 않아 책의 질도 떨어지고 마케팅도 기대할 수 없다. 한마디로 자기 만족에 의한 출간이다. 한 권이이야 이렇게 낼 수도 있겠지만 꾸준히 책을 출간하는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면 그다지 추천할만한 길은 아니다.

 

나는 첫 원고를 완성하고 미리 준비해 둔 50군데 출판사에 이메일로 투고를 했다. 투고를 하고 열흘이 지났건만 계약하자고 연락오는 출판사는 없었다. 방금 설명한 것처럼 자비출판을 가장한 출판사 몇몇의 연락을 받았을 뿐이다. 그럴수록 더욱 조바심이 났다. 한 달 후 내가 받은 성적표는 처참했다. 50개 중 30군데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고 나머지 20군데는 거절의 의사표시를 해 왔다. ‘옥고를 검토해보았으나 우리 출판사의 출간 방향과 맞지를 않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출간방향과 맞지 않다는 말은 실제 출간방향과 맞지 않다는 말도 되지만 대부분 거절의 의사표시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귀하의 원고는 책으로 발간할만한 가치가 없다는 거절의 의사표시를 애써 돌려 말한 것에 불과하다. 출판사에서 가장 배려있고 완곡하게 거절할 수 있으며, 투고자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는 가장 미려한 표현이다. 출판사도 영리기업이고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투고 원고를 검토하면서 시장에서 먹힐 원고인지 가늠해본다. 어느 구름에 비가 들어있는지 모르듯이 뭐가 잘 팔리고 안 팔릴지 파악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촉이 때로는 시장에서 틀릴 때도 많지만 판단 기준은 잘 변하지 않는다. 노렸던 것이 애써 배반할 때도 있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투고에 무응답이었던 30군데 역시 명시적으로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같은 의견이라고 생각하는 게 맘편하다. 단 몇 군데 출판사에서 이런 답변이 왔다. ‘우리 출판사는 수필(에세이)을 전문으로 하는 출판사입니다.’ 혹은 우리 출판사는 당분간 추리소설에 집중하고 싶습니다이런 내용이었다. 그래서 그 때 깨달은 사실이 투고는 내가 쓴 원고의 주제와 같은 주제를 주로 다루는 출판사에 투고를 의뢰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실제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 보면 분야를 세분하고 있다. 소설, , 에세이, 인문, 자기계발, 역사, 어린이, 건강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여기서 내가 쓴 원고가 어디에 해당하는 지를 잘 찾아봐야 한다. 투고 할 출판사도 이 기준으로 뽑아내면 된다. 한 출판사를 정해 그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을 유심해 들여다보면 그 출판사가 어떤 주제로 책을 출간하는 지 쉽게 알 수 있다. 출판사마다 전문 분야기 있기 때문이다.

계획을 급변경했다. 내가 처음으로 쓴 책이 <기술은 어떻게 사업화 되는가>로 특허와 기술사업화에 관한 내용이었다. 주요 내용이 특허 및 기술사업화이기에 관련 책을 출판하는 출판사 위주로 다시 투고를 했다. 그제서야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그때 깨달은 교훈이 출간 확률을 비약적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관련 출판사에 투고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시집을 전문으로 하는 출판사에 과학분야 원고를 보냈으니 반응이 올 리가 있겠는가?

 

투고가 거부되면 제일 먼저 체크해야 하는 사항이 출판사의 정체성내지 이다. 결이 다른 출판사에 연락을 하면 거절할 확률이 높아진다. 따라서 내 책의 콘셉트와 맞는 출판사를 찾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방법은 간단하다. 인터넷 서점 중 하나를 들어가 내 원고와 비슷한 키워드를 입력하여 해당 책을 찾는다. 그리고 그 책을 발간한 출판사를 찾는다. 출판사 이메일을 그렇게 끌어모으면 된다. 출판사의 정체성은 그 출판사가 출간한 책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대형출판사는 브랜드 별로 모든 분야의 책을 출간하지만 소규모로 갈수록 출판사마다의 전문 분야가 있기 마련이다.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

그러면 같은 결의 출판사에 투고했음에도 출간이 거부될 경우 취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첫째는 보완이다. 내 원고가 무엇인가 출판사를 매료시킬 동력이 부족했다고 생각하자. 원고의 문제점을 찾아보자. 무엇인가 시장에서 어필할 만한 획기적인 무엇인가가 있는지를 확인해보자. 출판사에서 투고를 거절할 때 이 점을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알려주면 고맙겠지만 내가 아는 한 그렇게 친절한 출판사는 없다. 따라서 본인이 스스로 파악해야 한다. 유사한 주제로 시중에 출간된 책과 내 원고를 비교하며 무엇이 문제인지 스스로 확인하여 습득하는 수밖에 없다.


둘째는 비용 투자. 저자의 비용으로 책 출간이 가능한 출판사를 섭외한다. 즉 자비출판 방식이다. 비용을 전부 대는 자비출판이나 일부를 대는 반자비출판 방식을 활용하면 된다. 본인의 돈이 들기는 하지만 반자비출판을 이용하면 수백만 원 수준에서 책을 출간할 수 있다. 책 출간에 의의를 두고 책 한 권 이상 낼 계획이 없다면 이 방식도 추천한다. 첫 번째 방식은 자칫 보완이 안 될 경우 쏟은 노력에 비해 성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두 번째 방식은 비용을 드는 대신 확실하다. 반드시 책을 출간해야 하는 목적성과 시급성이 있고 한 권 이상의 책을 출간할 계획이 없다면 이 방법을 추천한다.


셋째는 도움이다. 전문화된 책 쓰기 전문작가의 코칭을 받던가 출판컨설팅회사의 컨설팅을 받는다. 출판 컨설팅을 받으면 출판 기획안이나 주제 전개방식, 원고의 콘셉트, 제목 등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보완해야 할지를 잘 알 수 있다. 또한, 최근 트랜드와 원고를 연계시켜 출간 가능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다만 책 쓰기 전문작가의 코칭을 받기 위해서는 비용이 많이 발생한다. 수백만 원에서 천만 원이 넘는 곳도 있다. 그래서 책을 꾸준히 낼 사람이라면 찬성이지만 한 권만 내려고 한다면 차라리 자비출판을 추천한다. 컨설팅회사는 소정의 비용을 받고 책 출간을 컨설팅해주며 필요하다면 대필작가도 소개시켜 준다. 보통 컨설팅 계약을 체결하면 착수금 얼마에 인세에 대한 지분을 확보한다. 즉 컨설팅 비용으로 300만 원을 내고 인세계약이 8%라면 그 중 2~3%를 컨설팅회사에서 가져간다. 기술이전의 경상기술료계약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컨설팅회사를 이용하면 장점이 많다. 컨설팅회사에서 출판사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최적의 출판사를 섭외해주며 계약까지 대행한다. 저자의 입장에 매우 편리하다.

 

한 번 투고의뢰를 한 출판사에 다시 투고해도 될까? 나는 가급적 말리고 싶다. 이미 원고에 대한 평가가 끝났으므로 다시 투고해도 별 소용이 없다. 우리 나라에는 충분히 많은 출판사가 있으므로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세상은 넓고 투고할 출판사는 많다. 투고를 해도 출판사에서 반응이 없다면 깔끔하게 포기하고 원고를 접는 것도 방법이다. 콘셉트를 잘못 잡았다고 생각하고 절차탁마의 정신으로 새로운 판을 짜도록 하자. 실패한 건 빨리 잊는 것도 방법이다.



- <책쓰기가 만만해지는 과학자 책쓰기>(김욱 저)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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