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그것도 카카오톡으로.
육군 준위로 근무중인 친구다.
요즘 코로나 덕에 가평에 있는 군부대에서 나오지 못하고 계시다.(불쌍합니다)
오랜 만에 연락이라 조금 놀랐다.
"하이! 잘 지내냐?"
난 바로 답장했다.
"응, 무슨 일이삼?"
그러자 그 친구는 부탁 하나 들어달라고 했다.
그 내용인 즉슨, 당규 큐대를 중고로 사고 싶데 데 파는 사람이 익산 당구장에 있으니
가서 큐대를 사 달라는 것이었다.
집에서 익산까지는 대략 1시간 30분 거리, 110km 정도다. 왕복하면 200km가 넘는 거리다.
추가로 하는 부탁은 60만 원을 내 돈으로 미리 내 달라는 거다.
다음 주 수요일에 돈을 주겠다고 하며.
평소 같으면 당연히 거절했겠지만, 이 친구는 어릴 적부터 친구고 신용이 있어서 단박에 오케이했다.
100만원짜리 큐대를 2개월 사용한 것을 60만원에 판다는 건데 가서 사다 놓으라는 거다.
가지고 있다가 본인이 서울갈 때 시간 맞춰서 가지고 오라는 말씀.
대충 씻고 마누라에게 이런 저런 설명을 하고 익산으로 출발했다.
공주를 경유해서 '공주 기적의 도서관'에서 책을 5권 골랐는데, 이런 젠장
12월 9일까지 대출 정지란다. 일전에 연체가 너무 길어서 그런 듯 하다.
도로 책들을 내려 놓고 나왔다.
부여에서 논산으로 빠져 익산으로 들어갔다.
당구장에 들어가 큐대를 접선하고 사진찍고 동영상 찍어 친구에게 보냈다.
별문제 없음을 확인하고, 바로 온라인 입금.
그리고 차를 타고 이번엔 고속도로로 대전으로 인바운드 했다.
진잠에서 자장면 한 그릇 먹었다. 4,000원인데 곱배기가 5,000원이다.
맛이 매우 좋고 가격도 착하다.
진잠도서관에 들려 책 5권을 대출하고, 바로 대정동 드리움아파트 앞에 주차한 후
담배 한 갑과 커피 한 잔을 뽑았다.
내가 10년 전 살던 곳이라 자못 비장한 마음이 들었다.
왜? 살던 곳에 가면 추억이 깃들까?
뭐 그렇다.
바로 차를 끌고 회사로 왔다.
난 누가 부탁을 하면 잘 거절을 못한다. 착한 편이다.
심성 자체는 착한데 어쩌다 마신이 접할 때가 있다. 욱하는 성질.
그것만 죽이면 사실 착한 축에 속한다.
좀 손해보며 사는 걸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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