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주로 말을 할 때 겉으로 드러난 의미만 보고 판단 할 수 없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이걸 '함의'라고 부른다. 숨겨진 의미란 뜻이다.
가령, 약속시간보다 늦게 온 친구에게 '왜 이리 빨리 왔어?' 하는 것도 함의는 '너 왜 이렇게 늦었어'다.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 알아듣는다. 보이지 않는 공감이다.
이번 미션의 담당자는 A라고 하면 '아주 잘 되겠네. 기대가 되네'라고 말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다들 담당자가 일을 그르칠 거라고 철썩같이 알아듣는다.
폴 그라이스는 이걸 '협동의 원리'라고 불렀다.
서로 다른 소리를 해도 다 알아 먹는다는 거다.
그라이스에 따르면 대화마다 상호 간에 지켜야 할 '규준'이란 게 있고,
이걸 어길 때 '함의'를 생각하게 된다는 거다.
그라이스가 말한 규준은 '격률'이라고 부르는데, 크게 4가지다.
1) 양의 격률 :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야 함
2) 질의 격률 : 진실되고 타당한 정보를 제공해야 함
3) 관련성의 격률 : 대화와 관련한 정보를 제공해야 함
4) 방법의 격률 : 분명하고 적확한 방법으로 정보를 제공해야 함.
글쓰기에도 시사하는 바가 자못 크다.
1) 글쓰기에 꼭 필요한 양의 정보를 취사선택하여,
2) 그 중 보편타당하고 진실한 정보를 추렴하여,
3) 주제와 관련한 논리를 세우고,
4) 그걸 간단, 명료하게 표현해야 한다는 거다.
반대로 생각하면 글쓰기에서 유의해야 할 사항도 도출이 가능하다.
1) 정보의 바다에 허우적 대지 말고,
2) 거짓정보에 휘둘리지도 말고,
3) 마이동풍, 동문서답을 하지도 말고,
4) 주절주절 필요없는 이야기를 남발해서는 안 된다는 거다.
A를 B로 말이 헛나와 잘못 이야기해도
A로 척척 알아먹는 사람과 재미있게 대화하고 싶다.
말 전달을 잘 못해도 행간의 의미까지 척척 알아먹는
'협동의 원리'를 궁극에까지 이른
사람과 술 한잔 기울이고 싶다.
<걷다 느끼다 쓰다> 의 이해사 작가
2020.06.07. 어둠이 스며드는 대전 유성구 작업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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