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재주를 가진 사람을 우리는 부러워한다. 글쓰기도 타고난 재능이 있는 사람이 있다. 책 쓰기도 마찬가지다.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척척 해낸다. 이런 사람을 보면 솔직히 밥맛이다. 사람들이 나에게 어떻게 그렇게 책을 척척 써내는지 물어본다. 짧은 시간에 어떻게 책을 낼 수 있는지 궁금해한다. 그많은 쪽수를 어떻게 채워나가는 지 궁금해한다. 책 쓰는 요령 좀 알려달라고도 한다. 하지만 정작 내가 책 한 권을 쓰기 위해 머리가 한움큼씩 어떻게 빠지는 지, 남들 잘 시간에 놀 시간에 어떻게 글을 쓰는 지 혹시 알게된다면 절대 쓰려고 하지 않을 거다. 나는 철저히 쓰기의 재능이 없다. 그래서 남들보다 두 배, 세 배 더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글이 써지지를 않는다. 사람들은 내가 글쓰기나 책 쓰기 책을 몇 권을 읽었는지 알면 까무라칠 것이다. 시중에 출간된 책을 거의 다 읽었다고 하면 안 믿으려나? 학원도 안 다니고 코칭도 받지 않고 독학으로 터득한 쓰기의 방법에 대해 지방에 사는 서러움과 급여를 모두 아이들에게 쏟아부어야 하는 나의 상황을 이해할까?
타고난 재주를 가졌다고 우리가 믿는 사람 중 실제 타고난 사람도 있겠지만 내가 보기엔 그들은 일반인보다 훨씬 더 노력하고 고민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들은 그것들을 이루어 냈다. 글쓰기의 재능은 하늘이 부여하는 거지만 불행히도 그런 재능을 주는 사람은 만 명에 한 명 꼴이라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그런 재능은 없다는 말이다. 우리가 아는 유명한 작가들도 다 마찬가지다. 다만 그들은 글자를 접할 기회를 남들보다 먼저 얻었고, 관심을 더 먼저 가지기 시작했을 뿐이다. 설사 그 재능이란 것이 있다손 치더라도 그건 순수 문학을 할 때 필요하지 일반적인 단행본을 쓸 때는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 마치 감성적인 시를 쓰는 시인이 청와대에 연설비서관으로 들어가면 연설문이 감성적으로 바뀌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그럼 작가로서의 자질을 갖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늘이 부여해 주지 않은 재능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노력이다. 일반인보다 몇 배로 더 노력하면 된다. 마치 백조가 우아해보이지만 정작 수중카메라로 물 속을 들여다보면 필사적으로 발을 젓는 것과 마찬가지다. 나 역시 다르지 않다. 토요일인 어제와 일요일인 오늘 역시 도서관, 회사, 카페에서 주구장창 쓰고 있다. 다음 책을 위해서다. 질을 높이기 위해 읽는 책은 상상을 초월한다. 읽고 생각하지 않으면 앞서 쓴 책보다 더 나아질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쓰는 노력의 몇 배 이상을 읽고 생각하는 데 쓴다. 즉 꾸준히 공부한다.
나는 소위 글쓰기 대회에서 상 한 번 받은 바 없으며 꾸준히 글을 써온 사람도 아니다. 하지만 어떤 계기로 책 쓰기를 알게 되었고 책 한 권 출간하기 위해 2~3년을 고생해서 터득했다. 지금도 내가 터득한 방법이 제대로 된 방법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결과적으로 책을 여러 권 기획출판으로 출간했으니 나름 결과물로봐서는 괜찮은 방법이지 싶다.
일전에 내가 좋아하는 강원국 작가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강 작가는 작가의 재능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재능이 도대체 무엇인가? 나는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고 책상에 앉아 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감이 떠오르고 창조적 생각이 떠오르는 사람은 백에 한명이고, 이런 재능은 문학하는 데 써야지 우리 글쟁이에게 통용되지 않는다. 나도 재능이 없다. 하지만 수십년 간 글을 써왔다.
맞는 말이다. 글을 쓰는 데 소질이나 재능이 없다고 회의하거나 한탄할 필요가 전혀 없다. 그건 마치 요령을 모르는 것이나 게으르다는 걸 스스로 나타내는 것과 마찬가지다. 열심히 하고 꾸준히 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지속하는 법을 배운 사람이다. <예술가여, 무엇이 두려운가?>라는 책에서 저자들은 ‘자신이 가진 재능이 얼마나 되는지 걱정하는 것보다 더 쓸모없고 흔한 에너지 소모는 없다’고 잘라 이야기한다. 결국 재능은 중요하지 않다는 거다. 노력하면 못 이룰 일이 없다는 의미다. 이 소중한 교훈은 비단 예술이나 글쓰기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통용될 수 있다. 무슨 일이든 재능을 탓하고 재능을 걱정하기 이전에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글쓰기는 쓰다보면 는다. 나도 처음에 쓴 원고를 지금시점에서 보면 아주 난감해진다. 얼굴이 화끈거린다. 감추고 싶다. 하지만 절대 그러지 않는다. 나야 이 원고를 오래 전에 썼고 지금은 한 층 업그레이드 된 시각을 가졌다고 생각하지만 독자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독자가 보고 있다. 그래서 감추고 싶다는 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손발이 오그라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만큼 내가 자랐다는 거다. 쓰면서 또 쓰면서 실력이 조금씩 자신도 모르게 자란다. 본인은 쉽게 눈치채지 못한다. 하지만 타인이 알아주거나 혹은 내가 쓴 글에서 일정 기간 떨어져있다가 다시 내 글을 읽게 될 때 잘 알게 된다.
쓰기에 재능이 없다고 절대 한탄하지 마라. 한숨을 쉬지도 마라. 그렇게 하면 영원히 쓸 수 없다. 선천적인 재능보다 후천적인 자신만의 열정을 믿어야 한다. 무엇인가를 집중하고 노력하다보면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목숨을 걸고 하면 안 될 일이 없다.
이 땅에서
진짜 작가가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글을 써야 한다.
뭐든지
진짜가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목숨을 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