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지 리뷰

[소설리뷰] 비용의 아내 - 다자이 오사무 -

김욱작가 2021. 2. 9. 11:19

소와 다리 출판사에서 출간한 <비용의 아내>의 총 7편의 소설 중 대미를 장식하는 소설은 바로 제목 그대로 뷔용의 아내입니다.

뷔용이 아니라 비용이라 지출이라는 뜻을 생각하기도 했었지요. 낭비벽이 심한 아내인가? 모 이런 종류의.

프랑스의 작가이자 희곡가, 시인인 프랑소와 뷔용의 이름을 딴 것으로, 뷔용의 자유롭고 객기있고 방탕하며 해학적인 삶을 그대로 차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마치 본인이 뷔용가 다르바 없다, 모 그런 생각이겠지요.

7편의 소설 중 가장 재미있는 건 <따앙땅땅>과 <남녀평등>이고, 가장 분노했던 작품은 <친구대접>입니다. 나머지는 소소.

비용의 아내 저자다자이 오사무출판소와다리발매2020.02.09.

사양 저자다자이 오사무출판민음사발매2018.09.21.

작품성만 놓고 본다면 아마 <비용의 아내>가 최고이지 싶습니다.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은 '나'인 여성을 중심으로 서술한 소설이 많습니다. 그 유명한 <사양>이라는 소설이 그렇지요. <비용의 아내>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자이의 아내의 입장에서 서술했습니다.

다자이가 놀라운 것이 뷔용같은 남자가 어떻게 여성의 마음을 이렇게 잘 표현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마치 여자가 쓴 것처럼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남자가 여성의 마음을 표현하기는 힘들어도

여자가 남성의 마음을 표현하는 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마치, 연구소에서 있는 말인

연구직이 행정직은 해도

행정직은 연구직을 할 수 없다는 말.

쉽게 말해 전문직은 일반직을 할 수 있지만

일반직은 전문직을 못한다는 말.

여자를 전문직, 남자를 일반직으로 치면 될 듯 합니다.

전후 일본에는 미군정으로 인해 소위 민주주의다 하는 것이 들어와서 남녀평등을 부르짖고는 있었지만,

여전히 경제적으로 궁핍했고, 여성의 여권신장은 요원했습니다.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이 안 되 물자가 부족하고 배급표를 받고, 배급담요를 받는 등 당시 사회상이 다자이의 소설에 고스란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 blackyme, 출처 Unsplash

주인공인 오타니는 시인으로, 한 술집에서 5천엔을 가지고 도망쳐 주인내외에게 쫓기게 됩니다. 오타니 집으로 찾아온 주인 내외의 하소연으로 소설은 시작됩니다.

뱀 가는 길 뱀이 안다고, 뭐 끼리끼리 어울렸던 거지요.

마귀가 사람 앞에 처음 나타날 때는, 그런 얌전한, 순수한 모습으로 나타나나 봅니다.

머리도 좋아서, 천재, 라고 할 수 있다.

스물 하나에 책을 썼는데, 그게 이시카와 다쿠보쿠라는 엄청난 천재가 쓴 책보다도, 훨씬 훌륭하고, 그 후로 또 열 몇 권의 책을 썼다.

돌아올 때는, 언제나 고주망태가 되어 이쏙,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하악하악, 괴로운 듯 숨을 몰아쉬면서, 제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주르르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또 갑자기, 제가 자고 있는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 와서는, 제 몸을 꽉 껴앉고

[아아 안돼 무서워 무섭다구, 나 무서워 . 살려줘]

이런식으로 오타니에 대해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건 뭐 다자이 모습 그 자체입니다. 다. 본인을 소설가가 아닌 시인으로 그린 것은 다자이 답습니다.

삿짱(주인공)은 다음과 같이 불현듯 생각을 합니다.

저는 그때, 어떤 사실을 하나, 깨달았습니다.

역시 그런가 하고 혼자 고개를 끄덕이고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게 손님에게 술병을 날랐습니다.

여기서 깨달은 '어떤 사실'이란 무엇일까요?

남편을 만날 수있다는 사실입니다. 남편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

내일 또 그 가게에 가면, 남편을 만날 수 있을지 몰라

내가 왜 지금껏, 이렇게 좋은 방법을 몰랐을까?

삿짱은 이렇게 오타니를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그리고 오타니의 방황을 이해하며 가슴아파 합니다.

저는 그 프랑수아 비용이라는 제목과 남편의 이름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왠지는 모르겠지만

너무나 쓰라린 눈물이 솟아나서,

포스터가 흐릿해져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떤가요? 오타니를 행한 삿짱의 마음이 아름답지 않나요?

술집에서 일하며 오타니를 자주 볼 수 있게 된, 삿짱은 말합니다.

왜 처음부터 이렇게 하지 않았을까? 나는 지금 아주아주 행복해.

그러자 오타니는 말합니다.

여자한테는 행복이고 불행이고 없어.

(삿짱) 그렇게 말하니까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럼 남자는 어떤데?

남자한테는 불행만 있지. 늘 공포와 싸우고 있는 거야.

5천엔을 가지고 간 것에 대해 오타니는 말합니다. 그 돈으로 오랜만에 멋진 설날을 해주고 싶었다고. 사람같으니까 그런 짓도 하는 거라고.

그러자 삿짱의 대답이 최고의 명대사네요. 이 소설집의 결론입니다.

사람 같지 않으면 어때. 우린, 살아 있기만 하면 돼.

**

드디어 <비용의 아내> 7편에 대한 리뷰가 끝났습니다. 다자이와 함께 했던 요 며칠이 대단히 즐겁고 흥분되고 마치 70년 넘게 떨어져 있는 다자이가 제 옆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른 흥분을 느끼게 해 준, 소와다리 김동근 편집장 님께 감사드리며, 김동근 편집장님이 적어 놓은 <비용의 아내> 서문도 아주 잘 읽었습니다.

그럼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