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실마리
머리로 쓰지 말고 가슴으로 쓰고, 가슴으로 쓰지 말고 손과 발이 되어 써라
김욱작가
2020. 4. 19. 13:16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신영복 선생님은 머리로 쓰지 말고 가슴으로 쓰고, 가슴으로 쓰지 말고 손과 발로 쓰라고 했다.
나는 처음에 이 말이 잘 와닿지 않았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꽤 의미심장한 말이다.
머리로 쓴다는 것은 '지성'으로 쓴다는 것이고,
가슴으로 쓴다는 것은 '감성'으로 쓴다는 거다.
손과 발이 되어 쓰라는 건 '본능'으로 쓰라는 거다.
'지성'의 세계는 인간이 만들어낸 작위적인 규준에 불과하다.
'감성'이 '지성'보다 우위에 있는 건 그래서다. 감성은 규준에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지극히 개인적인 거니까.
'감성'이 '본능'을 이길 수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본능은 사고의 체계와 유리되어 움직이니까.
지성이 감성에 영향을 많이 미치고, 감성이 본능에 영향을 많이끼치는 사람은
눈치를 많이 보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성공한다. 사회적으로는!
하지만 작가로선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작가는 감성이 지성에, 본능이 감성의 영향을 최소화하여 받는 사람이다.
그래서 작가는 직장생활하면 안 된다. 엄청 힘들다. 욕먹는다. 상처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