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터 벤야민의 좋은 산문을 쓰는 세 단계
유대인 철학자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은 <일방통행로>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좋은 산문을 쓰는 작업에는 세 단계가 있다.
1. 구성을 생각하는 음악적 단계 [구상단계]
2. 조립하는 건축적 단계 [구성단계]
3. 짜맞추는 직물적 단계 [쓰기단계]
첫째, 구성을 생각하는 음악적 단계는 어떻게 할까? ('구상'이다)
음악을 듣듯이 편하게 자연스럽게 한다.
가령 구성을 하기 위해 작정하겨 덤벼들지 말고
음악을 듣듯이, 편안하게 생각해본다.
기승전결,발전위절결,서본결을 따져본다.
맥락을 짚는다. 대상을 한정한다.
둘째, 조립하는 건축적 단계는 어떻게 할까? ('구성'이다)
일단 내 맘대로 맞춰본다.
BS를 하면 된다.
나는 가령 밥먹기 10분전이다. 그 때 내 멋대로 BS를 한다.
이 때가 '작정하고 덤벼들기'보다 효과가 훨~~~씬 더 좋다!
무조건 쏟아 낸다. 마인드맵과 유사하다. 키워드로 쏟아내놓고
그걸 하나씩 맞춰나간다. 내 멋대로! 내 주관적으로!
그리고 다음날 또 한 번 한다. 백지에....
그 다음날 또 한다. 이렇게 며칠 하다보면 더 이상 나올 게 없다.
그러면 외부자료를 찾아본다. 기사,칼럼,다른책(특히 목차),블로그 글, 유튜브 방송까지 샅샅히 찾아서 빠진 부분을 채워넣는다.
셋째, 직물적 단계 ('쓰기'다)
구성이 완료된 내용을 짜낸다.
보통
1) 이벤트
2) 말하고자하는 내용
3) 근거
형식으로 써 내려간다.
참고로 벤야민의 '작가의 기술에 관한 13개의 테제'를 적어본다.
1. 무언가 큰 작품을 쓰려는 사람은 여유를 가질 것. 일정한 분량을 마친 후에는 글쓰기의 진행에 방해가 되지 않는 한 자신에게 모든 것을 허용할 것.
2. 원한다면 네가 이미 썼던 것에 대해 말해도 좋지만, 아직 진행 중인 글은 다른 사람에게 읽어 들려주지는 말 것. 그것을 통해 얻게 될 모든 종류의 만족감은 너의 템포를 늦출 것이다. 이 요법을 따른다면 자기 글을 보여주고 싶은 점증하는 욕망은 결국 완성을 향한 모터가 될 것이다.
3. 작업 환경에서 일상 생활의 이도 저도 아닌 상태를 피하라. 맥 빠진 소음을 동반한 어중간한 고요함은 오히려 품위를 떨어뜨릴 뿐이다. 그에 반해 연습곡이나 왁자지껄 떠드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동반되는 경우 그것은 뚜렷하게 지각할 수 있는 밤의 적막만큼이나 글쓰기에 중요할 수 있다. 한 밤의 적막이 내면의 귀를 날카롭게 한다면 전자는 글 쓰는 방법의 시금석이 된다.
그것이 아주 풍요로워지면 어떤 기괴한 소음조차도 안에 묻혀버리게 된다.
4. 아무것이나 집필 도구로 쓰는 것을 피할 것. 특정한 종이, 특정한 펜, 특정한 잉크를 까다로울 정도로 고수하는 것은 유익한 일이다. 그것은 사치가 아니다. 오히려 그러한 용구를 풍부하게 갖추어놓는 것은 없어서는 안 될 요소이다.
5. 떠오르는 어떤 생각도 모르게 지나가도록 하지 말 것. 메모장에 노트를 할 때는 관청들이 외국인 등록부를 기록할 때처럼 엄격하게 할 것.
6. 너의 펜이 떠오르는 착상에 대해 까다롭게 굴도록 할 것. 그러면 펜은 자석 같은 힘으로 그것들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길 것이다. 그때그때마다 떠오르는 생각을 기록하는 데 있어 신중하면 할수록 그만큼 더 그것은 한껏 펼쳐진 채 네 앞에 나타날 것이다.
말(이야기)은 생각을 정복하지만, 문자(글쓰기)는 생각을 지배한다.
7. 더이상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결코 글쓰기를 멈추지 말 것.
어떤 일정(식사 시간, 선약)을 지켜야 하거나 아니면 작품을 끝마쳤을 때만 중단하는 것이 문학적 명예의 준칙이다.
8. 더 이상 아무런 영감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그동안 쓴 것을 깨끗이 정서할 것. 그러는 동안에 직관이 깨어나게 될 것이다.
9. 단 한 줄이라도 글을 쓰지 않고 보내는 날이 없도록 할 것.[Nulla dies sine linea.] - 하물며 몇 주일씩이나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10. 저녁부터 꼬박 다음 날이 밝을 때까지 매달려보지 않은 어떤 글도 결코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말 것.
11. 작품의 결말은 평상시에 일하던 방에서 쓰지 말 것. 거기서는 그렇게 할 용기가 나지 않을 것이다.
12. 집필의 단계들, 생각, 문체, 집필. 정서라는 고정 행위에서는 이미 주의력이 글자의 아름다움으로만 향하게 된다.
이것이 정서의 의미이다. 생각은 영감을 죽이고 문체는 생각을 속박하며 집필은 문체에 보수를 지불한다.
13. 작품은 구상의 데드마스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