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실마리

밴드웨곤 이펙트와 언더독 이펙트

김욱작가 2020. 3. 23. 13:55

선거용어로 밴드웨곤(Bandwagon) 효과와 언더독(Underdog)효과가 있다.

밴드웨곤 효과란 '될만한 후보에게 투표하는 경향'을 말한다. 즉, 심리적으로 내 표가 사표(버리는 표)가 되길 원하지 않는 투표자의 심리다.

언더독 효과란 밴드웨곤의 정반대다. 안 될 거지만 불쌍해서 찍어주자는 표다. 일종의 연민의 감정이다.

내 투표 경향을 보면 밴드웨곤과 언더독을 적절히 섞은 것 같다. 특히 비례대표 선거를 정당으로 별도로 시행하면서 더욱 그런 것 같다. 최근 비례위성정당이 생기면서 차라리 이럴 바에 과거처럼 사람을 뽑으면 당까지 같이 세트로 움직이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그 이유는

첫째, 당과 사람이 다른 경우가 얼마나 되겠냐는 거다.

둘째, 사람을 보고 투표하는 경우는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거의 없다. 거의 당을 본다.

셋째, 지금과 같은 비례위성정당이라는 꼼수가 생길 이유가 없다.

장기적으로는 비례대표를 없애고, 지역구를 조정하고(최소최대인구 조정 필요), 여성 지역구 의무 할당제(30% 이상)를 도입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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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출판 시장을 보면 밴드웨곤 효과가 여실히 드러난다.

소위 팔리는 책은 엄청나게 팔리고, 안 팔리는 책은 거의 안팔린다.​ 승자독식이다. 출판업계가 아무리 불황이라 해도 유명 작가의 책, 대형출판사에서 미는 책 등은 잘 팔린다. 하지만 나머지가 문제다. 95% 이상의 책이 초판도 못팔고 그대로 매장당한다. 책을 써서 만부 파는 건 이제 로또(lotto)인 시대가 되었다.

우리 독자들도 '밴드웨곤'만 너무 바라지 말고, '언더독'을 좀 챙겨주면 어떨까? 언더독이 있어야 다양성도 살고, 밴드웨곤도 나오는 거다. 남들이 사는 책만 사지 말고 저 멀리 구석탱이에 쳐박힌 책 한 권을 돌아보는 지혜가 있었으면 바랄 나위가 없겠다.


언더독을 챙기기에 너무 편리한 세상이다. 인터넷 검색으로 수많은 책들이 나오니깐.

우리 작가들도 소위 되는 책만 인용하지 말고, 안 되는 책도 좀 인용하고 해서 간접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내 책이 밴드웨곤이 될 수도 있지만, 거의 아닐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밴드웨곤형 책이 다 이유가 있다고 외치기엔, 그런 요소를 갖추고도 역사의 뒷안길로 쓸쓸히 사라진 멋진 책이 더 많기에 드리는 말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