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실마리
하여가와 단심가
김욱작가
2020. 3. 23. 13:55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님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힌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어져 천년만년 누리리라.
단심가와 하여가
과거에는 단심가가 인정받을 지 모르겠으나,
현재는 하여가가 더 인정받을 거 같다.
최근 읽은 <낭만적 애국심>(복거일 저)에서도
일제 치하의 친일파를 최선이 아닌 차선을 택한
하여가적 인물로 표현하고 있다(가령, 춘원 이광수)
다 같이 죽자는 게 옳은 선택이냐는 거다.
무익한 죽음을 낭비하지 말고, 일단 살아 차선을 찾아보자는게 그 중핵이다.
이런 정치적 이슈에 관여할 바는 아니나,
글쓰기 측면에서 봤을 때
복거일 작가는 정비석 작가처럼 꽤 역량이 있는 사람이고,
글쓰기에 있어서는 단심가적 태도보다 하여가적 태도가
훨씬 유리하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글쓰기는 정의와 부정의의 문제가 아니기에
다소 유연한 자세와 '아님 말구'라는 철면피적 자존감이
때로는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