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실마리
군화 닦기와 브레너의 빗자루
김욱작가
2020. 3. 22. 22:22
군대에 있을 때 저녁마다 점호를 한다.
대부분의 점호는 그냥 인원체크만 하고 넘어가지만
가끔 관물대나 워커함도 점검을 한다.
여기서 걸리면 얼차레를 받기 십상이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내가 안닦아 걸리면 나만 혼나면 되는데,
다 같이 혼난다는 게 문제였다.
그래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닦아야만 했다.
병장이 되니 이게 귀찮아졌다.
그래서 워커(군화)를 보이는 곳만 닦았다.
이게 몇번 통했는데, 어떻게 소문이 번졌는지 꺼내보라고 당직사관이 이야기해 결국 걸렸고, 내 덕에 우리는 모두 얼차레를 받았다.
'브레너의 빗자루'도 이와 유사하다.
자신이 탁월한 아이디어나 명쾌한 통찰을 지녔다고 믿는 사람은 일단 그것을 용감하게 발표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아직 해결되지 않았거나 제대로 이해되지 못한 내용은 브레너의 빗자루를 가지고 양탄자 밑으로 쓸어 넣어버리면 된다. 그런 다음 자신이 여전히 양탄자 위에 제대로 서 있을 수 있는지, 그럴 마음이 계속 드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겁내고 두려워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냥 질러야 한다.
때로는 과감하게 던질 줄 아는 무모함이 필요하다.
이것 저것 재기 시작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할까 말까 망설이면 해라.
부족한 거 아냐? 좀 더 있다가 공개할까? 그냥 공개하라.
보이는 곳만 보여주고 나머지는 양탄자 밑으로 감추어라.
감춘 부분은 타인과 시간, 그리고 시시각각 휨시컬한 또 다른 내가 해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