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실마리

프리라이팅 기법

김욱작가 2020. 3. 17. 10:27

프리라이팅 기법은 글쓰기를 할 때 가장 탁월한 방법이다. 이 방법을 알게 된 후부터 나의 글쓰기 속도는 비약적으로 빨라졌다. 딱히 고민하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막 쓴다. 막 쓴다는 말이 엉망으로 쓴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문장을 쓰다보면 다음 문장이 생각나고 그런 식으로 쓰다보면 다음 단락에 쓸 내용까지 생각이 난다. 따라서 고민하고 쓰지 말고 생각나는 대로 일단 멈추지 말고 써야 한다. 이 방식이 바로 프리라이팅 기법이다.


프리라이팅은 우리 말로 내리쓰기라고 한다. 글씨나 맞춤법 등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쓰고자 하는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쭉 내려쓰는 것을 말한다. 프리라이팅이란 개념을 처음 도입한 피터 앨보에 따르면 멈추지 말고 자신의 생각을 쭉 써 내려가는 것이라고 한다. ‘철자나 맞춤법 같은 데 신경을 쓸 필요도 없고, 내용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도 없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다른 데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써 나가는 것이 프리라이팅이자 내리쓰기의 핵심이다.


나는 프리라이팅 이란 용어에 대해 처음 접했을 때는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그동안 내가 배워왔던, 그리고 생각했던 것과 완전히 배치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아니 어떻게 생각하지 않고 멈추지 않고 쓸 수 있단 말이지,라는 고민을 오랜 기간 했다. 하지만 쓰다보니 나도 모르게 프리라이팅 기법을 활용하는 나를 보고 아 이게 바로 프리라이팅이라고 하는 구나하고 깨닫게 되었다. 나는 현재 100% 완벽한 프리라이팅을 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되도록 프리라이팅을 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하버드 글쓰기 강의>에서 글쓰기 선생 바바라 헤이그가 학생들에게 프리라이팅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이다. 좀 길지만 하나도 버릴 장면이 없으므로 인내심을 가지고 한 번 들여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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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과 종이를 준비한다.(원한다면 컴퓨터를 켤 수도 있다) 10분 정도 시간을 갖거나 옆에 시계를 놓고 펜과 종이에 슬쩍 눈길을 주되 뚫어지게 쳐다볼 필요는 없다. 그러고나면 몇 차례 심호흡을 해서 마음을 가라앉혀라. 이어 펜을 집어들고 쓰는 것이다. 무슨 내용이라도 좋다. 꼭 주제를 정할 필요가 없다.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문장과 문단을 일괄되게 구성할 필요도 없다. 철자가 꼭 정확하지 않아도 된다. 심지어 내용을 이해할 필요도 없다. 그것을 볼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원하니 않는다면 그것을 되풀이해서 읽어볼 필요도 없다. 그냥 찢어서 휴지통에 버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꼭 해야 할 일이 한 가지 있다. 무엇이든 상관없이 계속 펜으로 끼적거리는 것이다. 이 말은 생각을 멈추지 않는다는 뜻이며, 앞으로 돌아가 단어에 밑줄을 긋거나 단어를 고치거나 바꾸지 않는다는 뜻이다. 마음속에 다른 생각이 떠오를 때까지 똑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쓸 수도 있다. ‘멍청한 짓이야. 이런 짓을 하다니 믿어지지 않는군하고 쓸 수도 있다. 그저 쉬지 않고 펜을 놀리는 것이다.


빨리 쓰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고릴라처럼 펜을 꽉 움켜잡을 필요도 없다. 준비가 됐는가? 몇 차례 심호흡을 한 다음, 마음을 가라 앉혀라. , 이제 시작이다. 시간을 10분으로 잡았다면(원한다면 그 이상) 그때까지 글을 마무리하라. 축하한다. 이제 여러분은 진정한 작가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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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인용에서 핵심은 생각을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생각을 멈추게 되면 이미 프리라이팅이다. 쓰면서 생각하고, 생각한 걸 직관적으로 글로 옮기면 그걸로 충분하다. 혹자는 이렇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이런식으로 글을 쓰면 제대로 된 문장이 나오겠는가? 하지만 그건 기우다. 이렇게 쓴 문장이 고민고민해서 쓴 문장보다 훨씬 자연스럽다. 그리고 내용도 더 좋다. 생각을 많이 하면 인위적으로 힘을 가하게 되고 이런 상태에서 쓰면 글이 부자연스러워지기 때문이다. 백날 말로 해야 소용이 없다. 직접 해보시기를 추천드린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도시건축가인 김진애는 프리라이팅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자유 글쓰기를 통해 나의 모든 것이 나온다. 생각의 메모들이 모여 책이 되는 것은 물론, 아이디어의 방울들이 물줄기가 된다. 새로운 구상이 떠오르는 건 부수효과다’. 맞는 말이다. 그녀는 프리라이팅에는 두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첫째는 적어도 삼십분 이상은 쓸 것, 둘째는 단어만 쓰지 말고 문장으로 쓸 것이다. 이 두가지를 지켜서 여러분도 당장 써보시기 바란다.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의 유명작가 나탈리 골드버그도 프리라이팅을 강조한다. 자유롭게 쓰면 글쓰기의 뿌리에 깔린 심리적 어려움을 덜어내며 글을 보다 더 쉽게 쓸 수 있다는 거다. 뿐만 아니라 자유롭게 쓰기는 글감을 떠올리는 데도 아주 좋다고 이야기한다. 실제 프리라이팅이 익숙해지면 글쓰기 실력이 놀라울 정도로 향상된다. 나도 그랬다. 한두문장을 적기도 힘든 내가 책을 여러 권 써냈으니 이미 나로서 검증이 된 것이 아닌가? 프리라이팅의 창시자 피터 앨보의 프리라이팅에 관한 생각을 들여다봄으로 프리라이팅에 대해 더 깊숙이 들여다보고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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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게 쓰기는 내가 아는 한 글을 써내려가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며 최고의 만능 연습이다. 쓰다 보면 좋은 글이 나오기도 하고 의식의 흐름을 잘 기록한 글이 나오기도 한다. 속도는 우리의 목표가 아니지만 가속이 붙기도 한다.


- 책쓰기가 만만해지는 과학자 책쓰기 中에서 - (김욱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