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실마리

말을 한 번 해보고 쓰면 좋은 이유

김욱작가 2020. 3. 16. 17:13

우리 주변에 보면 말은 잘하는 데 글을 잘 못 쓰는 사람이 있고, 글을 잘 쓰는데 말은 영 안 되는 사람이 있다. 전자는 말한 걸 글로 옮기면 되고, 후자는 글로 쓴 걸 말로 하면 된다. 물론 연습이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 말과 글은 이처럼 하나다. 따로 움직이는 게 아니다. 따라서 말을 잘하면 글을 잘 쓸 수밖에 없고, 글을 잘 쓰면 말도 잘하게 마련이다. 글쓰기를 함에 있어 말하기는 대단히 중요하다. 우리가 정작 글을 쓸 때는 못 느끼는 것들도 말로 읽어보면 전혀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말로 할 수 없는 글은 죽은 글이다. 따라서 글을 쓰면 말로 해봐야 하고, 말로 해 본 글을 쓰면 더욱 좋다.


말을 해보고 쓰라는 말을 가장 적극적으로 하시는 분이 강원국 작가다. 강원국 작가는 쓰기 전에 말을 해보고 쓰라고 한다. 즉 구어체로 말을 하듯이 글을 쓰라는 거다. 이렇게 하면 읽기도 쉬울 뿐 아니라 쉽게 쓸 수 있어 독자가 이해하기 쉽다. 또한 퇴고를 할 때도 한 번 읽어보라고 한다. 소리 내어 읽어보면 우리가 이미 표준어에 익숙해져 있으므로, 비문이면 읽을 때 어색함을 느낀다는 거다. 그래서 문장을 쉽게 수정할 수 있다는 거다. 맞는 말이다. 여기에 더하여 쓴 글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으면, 그것을 무슨 말인지 설명하라고 하고 설명한 걸 다시 글로써 표현하라고 한다. 이래야 말한 걸 제대로 쓰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동감한다. 말을 글로 표현하면 그게 좋은 글이다.

나는 글쓰기 초창기에는 한 꼭지를 쓸 때 마다 소리 내어 천천히 읽어보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쓰기에 익숙해지고부터는 소리 내어 읽지는 않는다. 그냥 빠르게 눈으로 쭈욱 보다가 뭔가 어색한 문장이 있으면 해당 문장의 구조를 분석하여 쉬운 말로 바꾸어 쓴다. 대부분의 비문은 그 발생 원인이 있다.

첫째, 비문은 문장이 길게 쓸 때 주로 발생한다. 단문으로 쓰기를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부분의 글쓰기 책을 보면 단문으로 쓰라고 한다. 왜일까? 장문을 쓰다보면 주어와 서술어의 거리가 멀어지기 때문이다. 거리가 멀게 되면 읽는 사람의 주의가 산만해지고 문장의 구조를 이해하기 힘들어진다. 또한 글을 쓰는 사람도 비문을 만들어 낼 확률이 대단히 높아진다. 이런 이유로 비문은 문장이 보통 길다.

둘째, 비문은 잘 모르는 내용을 글로 쓸 때 발생한다. 글은 쉽게 쓰는 게 미덕이다. 쉽게 쓰기 위해서는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강연도 쉽게 하는 사람, 유머 있게 하는 사람은 이미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다. 내용을 모르면 어렵게 설명할 수밖에 없고 횡설수설 할 수밖에 없다. 이런 데서 실수가 발생한다. 잘 알아야 잘 쓸 수 있다.

셋째, 과욕을 부릴 때 주로 발생한다. 욕심을 부리면 실수를 할 확률이 높아진다. 글을 잘 쓰려고 하면 재앙이 시작된다. 힘을 빼고 쓰기 시작하면 잘 쓸 수 있다. 하지만 그걸 잘 못한다. 나도 그랬다. 잘 쓰려고 하지 않고 어깨에 힘을 빼면 실수도 줄어들기 마련이다. 하나 더를 외치다가 실수하는 경우는 쓰기에서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작가를 위한 집필 안내서>를 쓴 정혜윤 작가도 소리 내어 읽어 보면 알아차릴 수 있는 것들이라는 꼭지에서 이를 소상히 설명하고 있다. 글을 소리 내어 읽어 귀로 듣고 있노라면 좀 더 명확하게 그 문장을 이해하려 하는 신체 프로세스가 작동하여 문장이 올바른 문장인지 아닌지 쉽게 판단할 수 있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우리는 이미 상대방이 무슨 이야기를 할 때 비문인지 아닌지 확연히 알 수 있다. 그리고 말하기를 할 때는 비문을 쉽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짧게 핵심만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글은 길어질 수 있어도 말은 길게 하는 사람이 드물다. 결국 어색한 이야기는 귀로 들어가 그 어색함이 스스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이걸 이용하는 거다. 가령 나의 꿈은 하늘을 날고 싶다라고 하면 얼핏 보면 맞는 말처럼 느껴지지만 소리를 내 읽어보면 뭔가 이상함을 느낄 수 있다. 따라서 나는 하늘을 날고 싶다라던가 내 꿈은 하늘을 나는 것이다로 바꾸어야 옳다.

또한 글이 술술 읽히는 지를 확인하고, 반복적이고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어미나 부사, 어휘 등을 잡아낼 수 있다. 우리는 글을 쓸 때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도 모르게 사용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것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다른 사람이 찾아줘야 한다. 자주 틀리는 부분은 따로 적어서 별도로 관리하는 게 좋다. 그러면 그 문장이나 단어를 쓰면 몸에서 기제가 발동하여 이걸 쓰면 안 되지하고 스스로 깨닫는다. 놀라운 경험이다. 이렇게 본인의 단점이나 결점을 꾸준히 개선하려고 노력하다보면 문장력도 좋아지고 단어 선택도 나아지며 비문을 쓸 확률도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소리 내어 읽는 방식은 글 꼭지를 하나씩 쓸 때마다 해도 되고, 퇴고할 때 해도 좋다. 나는 후자의 방식을 택한다. 한 꼭지를 쓰고 나면 가급적 그 상태로 숙성하는 게 내 스타일 상 맞기 때문이다. 여유가 좀 된다면 다양한 시점에서 읽어보길 권한다. 남이 읽어주는 것보다는 본인이 읽는 게 가장 좋다. 왜냐하면 눈으로 보고 입으로 말하고 귀로 듣는 작업을 동시에 할 수 있어서 세 번 확인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어떤 방식을 택하던 본인의 자유지만 천천히 여러번 읽어서 비문을 찾고, 윤문을 제대로 하기 바란다. 모든 요령은 선배들이 하라는 데로 하면서 본인에 맞게 수정하는 것이 가장 좋다. 여러분도 여러분 만의 스타일을 찾길 바란다.


- <책쓰기가 만만해지는 과학자 책쓰기> 中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