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문으로 써야 하는 이유
글쓰기 문장력에 대해 잠시 이야기해보겠다. 문장력이 김훈 작가처럼 아주 좋다면 별 문제가 될 것이 없다. 하지만 보통의 사람이라면 문장력에 대한 고민이 분명히 있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필력이다. 같은 문장을 써도 멋지고 유려하게 핵심만을 집어 쓰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을 필력이 좋다고 한다. 다들 필력을 키우고 싶어 하지만 필력이란게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꾸준히 노력하고 갈고 닦아야 한다. 필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많이 읽어야 한다. 꾸준히 양질의 글을 읽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읽은 내용이 체화되어 자연스럽게 글을 쓸 때 문장에 반영된다. 따라서 많이 읽어야 한다. 어린 시절 문장력을 키우기 위해, 논술 시험에 대비하기 위해 신문 사설을 스크랩해서 많이 읽었다. 각 신문사 누리집에 가면 오피니언이란 코너가 있고 여기에 칼럼이 엄청나게 있다. 본인이 좋아하는 칼럼니스트가 쓴 칼럼을 꾸준히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강원국 작가도 강준만 교수가 쓴 칼럼으로 공부했다고 한다. 이국종 교수도 김훈의 작품을 필사했다고 한다. 그들은 한결같이 달필이다.
나는 조선일보의 <백영옥의 말과 글>, 중앙일보의 <문태준의 마음읽기>를 주로 읽는다. 이들은 소설가이자 시인으로 이들이 쓴 글을 읽으며 문장력 뿐만 아니라 생각까지 함께 하며 동지애를 느낀다. 이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이나 칼럼을 꾸준히 읽으면 글쓰기에 자신감도 생기고, 정보도 많이 얻게 된다. 세상 매사가 그렇지만 자신감이 전부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충천하면 보이지 않는 세계가 보인다. 이게 쓰기의 힘이 된다. 앞에서 언급한 문학인들의 칼럼을 읽으면 내 필력은 아직 멀었다는 것과 더 배울 것이 많다, 그리고 내공을 더 쌓아야 한다는 겸손함이 절로 나온다.
수많은 글쓰기 책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내용이 있다. 그 중 문장력과 관련해 가장 많이 언급되는 말이 ‘짧게 쓰라’는 거다. 왜 짧게 쓰기를 누구나 할 거 없이 부르짖는 것일까? 길게 쓰면 무슨 큰 문제라도 생기는 걸까? 나도 처음에는 이 말을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길게 비문으로 쓸 바에야 짧은 문장이 낫겠지만, 너무 짧게 쓰면 마치 초등학생 글쓰기처럼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긴 문장의 미려함이 더 호소력있고 전달력이 있지 않을까? 글은 전달력이 핵심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남훈은 <필력>에서 ‘무턱대고 짧게 쓰지 마라’고 이야기한다. 그는 ‘생각을 충분히 하고 정리도 잘 된다면 복문 구사’가 정답이라고 이야기한다. 단문이 주지 못하는 유려함과 종합적 표현 능력으로 읽는 이를 사로잡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도 이해못할바 아니다. 나는 실력이 어느 정도 있는 분들은 장문을 구사해도 되고, 오히려 장문이 장려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초보자, 초심자에게는 장문이 독이 될 확률이 높다. 문장을 길게 쓰면 비문이 나올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보일수록 장문보다 단문으로 쓰기를 추천하고 싶다. 초보자는 어차피 단문으로 쓰려해도 장문화 되는 경향이 있다. 의식적으로 단문화 하지 않는다면 장문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래서 글쓰기를 할 때 항상 단문으로 쓰겠다는 의식을 하고 써야 한다.
강원국 작가는 <강원국의 글쓰기>에서 타협안을 제시한다. 강작가는 글에도 리듬이 있다고 주장한다. 즉, 장문과 단문을 적절히 혼합하여 써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단문 쓰기가 핵심’이라고 한다. 단, ‘단문과 장문이 7:3이나 8:2로 어우러져 리듬감 있는 글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선수들이나 가능하다’고 이야기했다. 절대 공감한다. 글이 리듬감이 있으면 읽기가 수월하다. 편하게 잘 읽힌다. 장문 일변도, 단문 일변도로 쓰면 지루하다. 단조롭다.
단문쓰기의 장점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단문쓰기는 장문쓰기와 비교해 많은 장점을 가진다. 첫째, 이해력이다. 단문으로 쓰면 읽는 사람이 이해하기 쉽다. 읽는 족족 자연스럽게 그대로 흡수된다. 장문으로 쓰면 주어와 서술어가 멀리 떨어져 있어 어디서 끊어 읽어야 할지 모른다. 여러 내용이 한 문장에 들어가 있어 어디다 주어를 붙이고 서술어를 붙여야 할지 생각을 해야 한다. 이러면서 읽기가 힘들어지고 이해력이 떨어지게 된다. 둘째, 명료성이다. 형용사나 부사를 자꾸 가져다 대기 시작하면 글이 누더기가 되버린다. 짧은 글은 명료하다. 그대로 내용이 전달된다. 셋째, 정문성이다. 짧게 쓰면 비문을 구사할 확률이 현저히 낮아진다. 문장이 길어지면 주어와 술어가 어울리지 않을 확률이 높아지고 독자의 인내심을 한 없이 시험한다. 한마디로 문장에 집중하기 힘들다는 거다. 넷째, 용이성이다. 단문은 쓰기가 쉽다. 주어와 서술어, 목적어 추가 정도다. 간단간단히 쓸 수 있다. 그래서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다.
이상민 작가는 ‘문장은 짧게, 탁탁탁 치고 나가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야 글에 호소력이 있다는 거다. 공감한다. 짧게 쓰면 추진력이 보인다. 글이 늘어지지 않아 질척거림이 없다. 강력하다. 하지만 단점도 분명히 있다. 일단 유치하다. 초등학생이 쓴 글 같다. 유려한 멋이 없다. 읽기에도 편한 반면 숨가쁘다. 읽으면서도 머리에 남는게 없다.
나는 강원국 작가처럼 단문과 장문이 7:3이나 8:2로 어우러져 리듬감 있는 글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문장이 길어질 때 문장을 쪼개라. 쪼갤 수 있을 때까지 쪼개라. 이런 연습을 꾸준히 하면 단문으로도 많은 걸 할 수 있다는 걸 스스로 깨닫게 된다. 어려운 글보다는 쉬운 글, 장문보다는 단문이 미덕인 걸 절대로 잊지 말자. 아까 했던 말을 반복하며 마무리한다. 초보는 단문을 쓰려고 해도 장문이 된다!
- <책쓰기가 만만해지는 과학자 책쓰기> 中 (김욱 저) -